토니 라루사의 새로운 시도

통산 2375승 2070패, 1983, 1988, 1992, 2002년 올해의 감독상 수상, 1989, 2006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토니 라루사지만 정작 라루사를 가장 유명하게 만들어준건 그의 승률, 수상경력들이 아니라 1이닝 클로저라는 새로운 시스템의 정착이였다. 가장 뛰어난 불펜 투수를 클로저로 삼아 게임의 마지막 9회를 책임지게 하는 1이닝 클로저 시스템은 요즘 세이버매트리션들 사이에서는 많은 비판을 받고있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던간에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의 야구 자체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새로운 혁명과도 같은 시도였다.

그랬던 토니 라루사가 다가오는 2008시즌엔 투수를 8번타자로 기용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잠시 원문을 옮겨보자면...
"I've already answered this like 10 times," he said. "On-base percentage. That's the No. 1 priority. We're not going to have a guy that's going to steal bases like Rickey [Henderson] or Vince Coleman. ... The other thing is we're going to have the second leadoff as the ninth-place hitter, when we put the pitcher in the lineup"
"벌써 열번정도 이 여기에 대해서 대답한거 같네요. 출루율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린 어차피 릭키 핸더슨이나 빈스 콜맨같은 대도를 가질수 없을거에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는 투수 대신 두번째 리드오프 타자를 9번에 배치할겁니다."

실제로 작년 시즌 막판 두달동안 토니 라루사는 투수를 8번 타순에 배치했었고, 그 이후 카디널스는 그 전의 무력한 모습에서 벗어나 확연히 나아진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실제로 작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날스는 투수가 9번 슬롯에 들어섰을때 평균 4.34점의 득점을 올렸지만 투수가 8번 슬롯에 들어서고 나서부턴 평균 4.64점을 기록했다. 카디널스 투수들은 9번 슬롯에 들어섰을땐 .191/.217/.242의 스탯을 찍어줬지만 8번에 나오고 나서부턴 .210/.248/.240의 스탯을 찍어줬으며 8번 슬롯에 들어선 타자들은 .263/.316/.338의 스탯을 찍어주다가 9번으로 가고 나서부턴 .265/.321/.388의 스탯을 찍어줬다. 모든 면에서의 상승이 아닐수가 없다.

물론 시즌 마지막 두달의 결과들을 가지고 무조건 투수를 8번에 배치하는것이 더 효과적이다! 라고 주장할수는 없다. 그저 8, 9번 슬롯에 들어선 타자들이 원래 타석에서 슬로우스타터 였을지도 모르며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걸 단순히 운으로만 생각할수는 없다. 실제로 세이버매트리션들은 예전부터 전통적인 타순에 대한 비판을 해왔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가장 잘치는 선수를 2번에 배치하고, 가장 못치는 선수를 8번에 배치하라는 것이였다. 전통적인 타순에선 흔히 가장 잘치는 타자를 4번에 배치하며, 가장 못치는 선수(내셔널리그에서는 투수)를 9번 슬롯에 들어서게 했었지만 실제로 더 많은 득점을 올리는데 있어서는 전통적인 타순보다 더 효과적인 타순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이버쟁이들의 의견을 반영한것인지, 아니면 감독이 생각하기에 더 나아보이기에 그러는건지는 모르겠다만 아메리칸리그 팀들중에선 가장 못치는 타자를 8번에 배치하는 팀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지명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지 않고 대신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에서는 아무래도 '투수'이기에 너무나도 당연하듯이 투수를 9번에 배치했었다. 토니 라루사는 바로 '투수는 일단 9번을 쳐야한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거다.

사실 이건 야구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보면 인간 사회에 대한(-_-)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흔히 사람들이 선택을 할때는 가장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게 아니라, 남들에게 가장 욕을 먹지 않을만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 경우도 그렇다. 100년동안 9번을 쳤던 투수들을 계속 9번에 배치하는건 설령 그것으로 인해 더 낼수 있는 점수를 내지 못하더라도 언론이나 팬들에게 욕을 먹는 경우는 전혀 없을것이다. 그러나 8번에 배치하게 되는 경우에는 성공해야 본전, 실패하게 될경우엔 설령 다른 이유로 인해 득점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일단 무작정 투수를 8번에 넣은 감독부터 언론과 팬들에게 집중포화를 맞게 될건 안봐도 뻔한 일이다. 이미 패러다임을 한번 바꿨었던 라루사이기에 그런 리스크를 안고 한번 도전해보는게 아닐까. 거기에 세인트루이스의 팬들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신사적인 팬들이라는것도 한몫 했을거다.

어찌되었건 라루사의 새로운 시도는 여러가지로 설득력이 있으며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게 사실이다. 그런 시도 하나하나가 모여서 야구의 발전이 되어가는거고.... 팀내 최고의 타자, 아니 리그 최고의 타자인 알버트 푸홀스앞에 많은 주자들을 모으면서도 불구하고 타석수의 손해를 보지 않는 일석 이조를 노리는 전략. 과연 이번 라루사의 시도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ps. 그나저나 매번 타순 이야기 나올때마다 나오는 말이 가장 좋은 타자를 4번에 넣어야 가장 많은 타점 기회가 온다는건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4번타자의 타점갯수보단 팀 전체의 득점이 훨씬 마음에 든다. 이건 나만 그런건가? 발빠른 선두타자가 출루하고, 작전수행 능력 좋은 2번타자가 진루시켜주고, 3,4,5번이 그 주자를 불러들이는건... 일본 야구만화에서나 흔히 나오는거지....

작전 수행능력이고 뭐고 타순에 걸맞는 능력이고 뭐고 하나도 없어도 좋으니 그저 많이 나가고 멀리 때리는 애들 9명 쭉 세워놓는게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타선이라고 생각된다. 원래 오프시즌때 타순에 대한 이야기도 한번 써보려 했었는데...




by Anakin | 2008/02/28 18:22 | MLB | 트랙백(2)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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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Pub 춘 at 2008/02/28 20:50

제목 : 「일류 요리사」토니 라루사
*고정관념 : 본의가 아님에도 마음이 어떤 대상에 쏠려 끊임없이 의식을 지배하며, 모든 행동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과 같은 관념.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열광하면서, 왜 많은 스포츠 팬들은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있을까. 스포츠엔 영원한 1등도, 영원한 꼴등도 없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게임 규칙만이 있을 뿐이지, 정해진 건 아무 것도 없다. 언제까지 고정관념에 빠져 있을텐가. 평균 수명이 되어서도 살아있다면, 일부로라도 죽어......more

Tracked from kini's Sport.. at 2008/03/02 01:44

제목 : 토니 라루사, 투수를 8번 타순에?
JUPITER, Fla. (AP) -- Cardinals manager Tony La Russa said Tuesday his pitchers would bat eighth in spring training games in which the designated hitter is not used. 세인트루이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투수를 8번 타순에 기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지명타자 제도가 시행되지 않는 경기에 한해 말이다......more

Commented by pink at 2008/02/28 18:32
전에 친한 야구 좋아하는 형들과 술 먹으면서 했던 얘기와 비슷한 내용이네요. 9번 타자의 경우 1번 타자와 타순이 연결되어 있어서 그냥 못 치는 타자를 놔두기엔 아까운 타순이라는 얘기를 했었죠. 그렇지만 이것 역시 전에 Anakin님도 언급 하신 바 있는 집단 마무리 체제와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2번 타순에 놓을만한 쓸만한 타자 구하기도 쉽지 않은 팀에게는 절대 해당이 안되는 이론이라는 거죠. 또한 실제로 시도했던 팀의 전례도 찾기 힘들고.. 역시나 선수 확보가 용이한 팀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이지는 못한 이론인 것 같아 그때도 얘기가 그렇게 나오다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제가 중요시하는 것은(가장 이상적인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은) 주어진 선수를 갖고 얼마나 짜임새있는 팀을 구성하느냐이기 때문에 외부 영입으로 해결하면 되지 식의 이론은 저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거든요. :)
Commented by 쿠크 at 2008/02/28 18:36
오랫만에 블로그 포스팅을 하셨군요. 반갑습니다. ^^

저는 이번 글은 잘 이해가 안가네요...
세이버매트리션들이라면 늘 합리적인 이야기를 하니까 뭔가 이유는 있을텐데지만요...

아무래도 8번이 9번보다는 조금이라도 타석에 들어올 기회가 많지 않나요?
팀의 득점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득점력이 좋은 타자가 한번이라도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서야 할테고
따라서 득점력이 좋은타자를 8번에 두는 것이 9번에 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요... ^^
Commented by Anakin at 2008/02/28 18:47
pink/ 네 사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게 그거죠. 올스타전이나 특별히 돈으로 떡칠을 한 팀이 아닌이상엔 저런 조건들을 모두 생각할수 없다는거.. 말씀하신것처럼 주어진 선수를 가지고 얼마나 짜임새 있는 팀을 구성하는것이 중요한데 이번 세인트루이스의 경우에는 푸홀스라는 리그 최고의 타자에게 4번타자의 찬스, 3번타자의 타석 두마리 토끼 모두를 잡게 하려는 의도가 있기에 좀더 높은 점수를 줘도 되지 않을까 하네여. 갠적으론 주어진 선수 가지고도 젤 잘치는놈 2번 넣고 해보면 그나마 더 많은 득점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데 누가 좀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ㅋㅋ

쿠크/ 아무래도 이제 슬슬 시즌이 다가오고 있으니... ㅎㅎ
뭐 근데 세이버쟁이들이라고 늘 합리적인 이야기만을 하는건 아니죠. 별에별 소리를 다하는데 단지 그중에서 그나마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것만 한국말로 옮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ㅋㅋ 마치 외국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보다 재미있다 뭐 이런거같이요.. 애초에 재미없는건 한국으로 수입하질 않고 재미있는거만 수입하니 아 외국드라마는 다 재미있구나 뭐 이런 생각 하는것처럼요..

암튼 일단 야구에서 무조건 이게 더 낫다 이런건 애초에 말이 안되는거니 걍 넘어가고 세인트루이스의 팀 상황상, 리그 최고의 타자를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으리라 봅니다. 생산력이 좋은 타자가 8번에 들어서고 그 찬스를 살릴 확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느니 차라리 리드오프 두명이 있다고 생각하고 괴물 너만 믿는다! 이런식이니까요.. ㅋㅋ 시즌 개막하고 어느정도 결과물들이 나오면 하드볼타임즈 이런데서 아마 이 주제를 놓고 여러가지 칼럼들이 나올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내일의 춘 at 2008/02/28 20:50
백만년 만인가요? ㅎㅎ
Commented by NewAce조바 at 2008/02/28 22:10
새로운 시도는 항상 사람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라루사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든 성공이되든 라루사는 존경받을 자격이 있는 감독입니다
Commented by 아이버슨 at 2008/02/28 22:48
재밌겠네요..8번에 투수라...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투수의 9번 기용...라루사는 생각의 전환을 할줄 아는 사람 같습니다..
Commented by Reign at 2008/02/28 23:20
기나긴 공백이셨습니다.
Commented by 海月 at 2008/02/28 23:55
슬슬 시즌이 다가오는군요. 기대됩니다. ㅎㅎㅎ
Commented by Anakin at 2008/02/29 17:35
내일의 춘/ 그정도 되는거 같네여.. ㅎㅎ

NewAce조바/ 라루사정도 되는 감독이기에 이런 시도를 해볼수 있는거겠죠. 다른넘이 했다간 아마 언론에서 가만 냅두질 않았을듯...

아이버슨/ 근데 이게 라루사가 처음으로 하는것도 아니죠. 이미 작년 말의 어느정도 성공이 있었으니까요.

Reign/ 살아있었습니다.. ㅎㅎ

海月/ 슬슬 야구의 냄새가 맡아지기 시작하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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